학습

[서평 No. 12] 미스함무라비

노력형 곰돌이 2021. 7.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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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배우 고아라를 주연으로 한 드라마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사내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던 중, 왜인지 모르게 익숙한 제목의 책이 있어서 손이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판사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판사의 입장에서 처리하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 일반 국민들은 판사는 위엄이 넘치고, 모든 일을 공명정대하게 분별하여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판사도 사람이구나’, ‘판사의 생활이 나보다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제한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핵심적인 정보들이 누락될 경우, 오판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만약 판사가 내린 판단의 결과가 그렇게 중대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판사가 내린 판단이 한 사람이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 하게 만들거나, 사형에 처하게 한다면 결코 가벼운 판단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외부적 압력에 시달려야 하는 판사들의 삶이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차오름’ 판사는 불의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덕분에, 주변 판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하철에서 치한이 여학생을 추행하는 모습을 보자, 참지 못하고 그와 몸싸움을 벌여 신문에 대서특필 되기도 했으며, 판사 신분에 걸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기도 하였다. 어찌 보면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판사가 너무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의 시각은 달랐다. 모든 판사들이 같은 의견만 갖고 있고, 그런 의견들을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천편일률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결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박차오름 판사처럼 감성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의 의견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게 포용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인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의 길을 가게 된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그 친구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그와 같은 친구들이 부디 공명정대하고, 떳떳한 법조인의 길을 걷기를 바랄 따름이다. 지금부터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구절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라는 말이 책 중간에 나온다.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풍조를 보이고 있고,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속한 사회는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집단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힘들게 지내는 것 같아 보인다. 위의 구절을 읽고 나는 내가 현재 신입사원으로서 많은 돈을 가지지는 못했으나, 향후에 멋진 사람이 되어 경제적인 측면의 여유도 가질 것이니 만큼, 내 자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멋지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게 되면, 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나에게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은 정답만 있는 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아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조금 억울해도 그 또한 다 지나갑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들 하잖아요?”

“법정에서 가장 강한 자는 어느 누구도 아니고, 바로 판사야. 바로 우리지. 그리고 가장 위험한 자도 우리고. 그걸 잊으면 안 돼.”

판사로 일하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밑바닥, 어둠을 많이 보게 된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우울해하거나 냉소적으로 되는데, 계속 보다보면 그 사람들이 이상하고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상황이 나쁜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쁘거나 추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쁘거나 추한 상황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판사들에게도 올 수 있다. 그런 시기가 오면 원래 선량하고 관대한 사람들도 독해지고 강퍅해진다. 그걸 생각하면, 인간에 대한 실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숙명에 관한 문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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